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이 넷플릭스 14개국 1위를 달성하는 등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최근 종영한 '수리남'은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이며 황정민, 하정우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에 공개되기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수리남은 실화를 모티브로 각색한 시리즈물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마약왕 조봉행의 사건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넷플릭스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마약왕 조봉행 사건
《 대한민국 마약왕과 수리남의 인연 》
· 조봉행, 수리남에서 8년간 선박 냉동기사로 일하다.
조봉행의 수리남과의 인연은 198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1980년대 조봉행은 수리남에서 선박 냉동기사로 일하며 약 8년가량 거주했습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수리남에 거주해왔기 때문에 조봉행은 수리남의 현지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조봉행은 1994년 수리남으로 다시 이동하는데 그 이유는 한국에서의 한 사건 때문입니다.
· 한국에서의 사기 혐의를 받은 '조봉행' 수리남으로 도주하다.
1994년 5월 빌라 신축과 관련된 1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조봉행이 한국 경찰의 수배 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조봉행은 한국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자신에게 익숙한 수리남으로 도피하게 됩니다. 당시 조봉행은 수배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밀항을 통해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 수리남에서 마약 밀매 시작 》
· 수리남에서 면세유 밀매 사업과 밀입국 브로커 사업을 하다.
한국에서의 신축빌라 사기 등으로 모은 돈을 가지고 수리남으로 도피한 조봉행은 1995년 수리남 국적을 취득하고 생산 가공공장을 세우게 됩니다. 조봉행이 운영하던 생산 가공공장은 겉으로는 멀쩡한 공장이었지만, 실상은 국가에서 공장에 제공하는 면세유를 웃돈을 받아 되파는 일종의 밀매업이 주 수입원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조봉행은 중국인 등 동양인들을 공장에 취업시킨 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밀입국시키는 밀입국 브로커 사업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봉행의 사업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유가상승, 단속 강화 등으로 인해 사업 수익이 줄어들자 마약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사업을 시작하다.
조봉행은 현지에서 마약 사업을 하기 위해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마약 사업을 하게 됩니다. 마약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조봉행의 오랜 수리남 생활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오랜 수리남 생활을 하면서 수리남의 고위 정치인, 군 관계자, 정부 관료 등 많은 사람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수리남 대통령 '데시 바우테르서'와도 친분 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당시 수리남 대통령이었던 데시 바우테르서 역시 마약 밀매를 하였으며, 1999년 네덜란드에서 11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수리남 법을 이용하여 징역형을 피했다고 합니다.)
· 마약 밀매에 이용된 한국 교포들
조봉행의 마약 밀매는 사람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수리남에서의 넓은 인맥을 이용해 수리남에 입국하는 아시아계 승객 명단을 미리 입수하고 이들을 이용했습니다. 현지 한국 교포들을 포섭해 국내로 보낸 후 조봉행을 광물 사업가로 소개하고 조봉행이 건네는 보석(마약)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운반해 주면 400만원 정도를 주는 방식으로 마약을 운반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 운반책이 된 사람들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주부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운반 도중 현지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되거나 구금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 피해자들 중 한 명의 이야기가 영화 '집으로 가는 길'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 K씨 등장 》
· 조봉행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오르다.
조봉행의 마약 사업은 전 세계로 퍼져갔고 2005년에는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오를 만큼 알려졌습니다. 당시 조봉행은 일본과 마약거래를 하고 있었고 한국으로 마약을 공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07년 10월 대한민국 국정원과 검찰은 한국으로 대량의 마약을 밀수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봉행을 체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당시 수리남에는 대한민국 현지 대사관도 없고 수리남의 경찰과 군 조직을 이미 조봉행이 매수했기 때문에 조봉행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 K씨, 마약거래 브로커로 위장하여 조봉행에 접근하다.
하지만 국정원과 경찰에게 뜻밖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K씨가 등장하게 된 것. K씨는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조봉행 때문에 사업에 망하고 낭패를 보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국정원은 K씨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K씨를 마약거래 브로커로 위장시켜 조봉행에게 접근시킵니다. K씨는 조봉행과 친분을 쌓았으며, 조봉행과 그 부하들 몇 명과 한 집에서 생활하기까지 이릅니다. (당시 K씨의 비밀유지를 위해 특정 시간에만 연락하고 잘 때에는 권총을 베개 밑에 두고 잤다고 합니다.)
· 위기의 순간 K씨의 기지를 이용해 모면하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조봉행의 부하 A씨가 K씨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되고 조봉행의 부하에게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몰렸다고 합니다. 그때 K씨는 기지를 발휘해 조봉행을 불러달라고 요청한 후 A씨가 하도 말이 많아서 그러지 못하게 장난 좀 친 거다. 나를 못 믿겠거든 맘대로 하라.'라고 말하여 위기를 겨우 모면했다고 합니다. 조봉행 입장에서는 어렵게 구한 한국인 브로커를 잃는 셈이어서 K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 계속되는 조봉행 체포작전 》
· 국정원과 미국 마약 수사기관의 공동작전
그 후 1년여 시간이 흐른 뒤 2008년 K씨와 국정원 그리고 미국 마약 수사기관(DEA)은 조봉행을 체포하기 위해 공동작전을 세웠습니다. K씨는 조봉행에게 마약을 직접 봐야겠다고 요청하였습니다. 조봉행은 한국에 보낼 무게 1.2t의 거래가로 1조 원이 넘는 코카인 더미를 K씨에게 보여주게 되었고 K씨는 이 위치를 파악하여 국정원에게 검거 요청을 합니다. 하지만 미국 마약 수사기관(DEA)은 AK 소총으로 무장한 마약 조직원들과의 대규모 총격전과 인명 피해를 우려해 작전에 소극적이었고 결국 체포작전은 실패하게 됩니다. K씨는 이 사건 이후로 신변에 위협을 받게 되었고 2008년 9월 한국으로 귀국하게 됩니다.
· 수리남 밖으로 유인하여 검거 작전
K씨의 귀국 후 국정원과 DEA 그리고 K씨는 조봉행을 수리남 밖으로 유인하여 체포하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처음으로 계획한 곳은 괌이었습니다. 미국 마약상이 코카인 1.2t의 구매를 원한다고 조봉행을 괌으로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마약 밀매범이 미국 국적 땅을 갈 리가 없었기 때문에 괌에서의 거래는 실패했고 K씨는 거래 장소를 괌 → 브라질 벨렘 → 브라질 상파울루로 변경하는 식으로 조봉행을 유인했지만 조봉행은 K씨의 수리남 입국 거부, 접선지 변경 등에 따라 의심을 하게 되고 끝내 이번 작전도 실패하게 됩니다.
· 마약왕 조봉행의 검거
두 차례의 검거작전을 실패하였지만 이대로 조봉행 체포를 포기할 수 없었던 K씨는 조봉행을 계속 설득했으며, 결국 2009년 7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접선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7월 23일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조봉행은 완전무장한 브라질 현지 경찰들에 의해 결국 체포되게 됩니다.
《 조봉행 검거, 출소 후 근황 》
이후 조봉행은 범죄인 인도 결정에 따라 한국으로 압송되었으며, 징역 10년 벌급 1억원의 약소한 처벌을 받고 2022년 현재는 석방된 상태라고 합니다. 수리남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신분으로 석방 이후 국외로 추방되었고 5년간 국내 입국도 제한된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수리남으로 돌아가 그동안 마약 밀매를 통해 모아둔 돈으로 호화스럽게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근황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댓글